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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다에서
- 목 너머에서
밤바다 위로
빈 배가 한 적 스윽 흘러간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고
아무 흔적도 없이
빈 배가
아무 체적 없이
내 앉은 곳을 스쳐서
간다 죄 없이
바다에 닿은 바위들
해안을 깎는
물살들 나는
조금 남은 손톱달에
링거병을 걸고
누워서 율도국율도국 하며 그 배를 따라
흘러가본다
깨어보면
아무 죄 없이
힘겹게 나를
해안에 밀어다놓는
실낱 같은 물결 소리들
섬마을에
조금 남은 감꽃이
마저 졌다
-장석남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문학과지성사.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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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 다시 읽기 2.
개인적으로 장석남시인의 시집중에서 더 좋아하는 시집이다. 서른 살 시인은 왜 벌써 떠날 일에 몰두하고 있는 것일까? 늘 떠나는 덕적도 바다와 더불어 살아온 탓일까? 죄 없이 일렁일렁 사는 삶. 결국은 떠날 것들.무엇이 시인을 평생 조용한 소멸 속으로 이끌고 있을까? 시는 왜 그 길 깊숙한 곳으로 자꾸 스며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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