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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탁
홍어회는 술안주다.
어두운 마음이
검은 발자국처럼 납작 숨죽여
비닥인 놈, 씹는 중이다.
잘 삭힌 독(毒),
아니, 살짝 썩힌 생(生)이다. 그리움은 절대로 눈앞에 다가오지 않고, 오지 않는 것만이 그리움이어서, 오래 기다리는 마음은 망하고 상해서
역하다. 한방 되게 쏘는 일침,
가책이 있다.
퇴폐 또한 맛이다.
-문인수. <나는 지금 이곳이 아니다>. 창비시선.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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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문예부인 계단문학동인회 대선배님이신 문인수시인. 오래 전에 미당문학상 수상하실 때 뵙고 또 계단문집 출판기념식 때 뵙곤 통 뵙질 못했다. 들은 소식으로는 편찮으시다 한다. 걱정이다.
문선배님의 시는 소소하고 시시한 곳에 늘 눈길이 닿아있다. 죽도시장 어물전의 어수선이나 인도 어느 거리를 스쳐 지나가는 모르는 사람의 표정, 효목동 거리에 무심히 서있는 플라타너스 같은 것들을 바라보며 시는 자분자분 혼자 이야기 한다.
스스로 '절경은 시가 되지 않는다' 하신 말씀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어깨와 눈에 힘 다 빼고 혼자 무심히 놓여 세상을 바라보는 식당의자처럼 조용하다.
그의 시는 낮은 곳을 향해 비치는 희미한 햇빛 같다.
어서 툭툭 털고 일어나셔서 후포 바닷가도 다시 가시고 거기서 걷어온 젖은 햇빛 한자락 또 보여주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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