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목숨

취몽인 2022. 2. 8.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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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겨우내 사무실은 추웠다.
낮에는 난방기와 난로를 켜고 지냈고
저녁에는 따뜻한 집으로 퇴근했다.

난방이 꺼진 빈 사무실은
밤새 더욱 추웠을 것이다.

그 싸늘하고 어두운 곳에서
몇 그루 식물은 대책없이 떨었을 터
주인이 돌아와 온기를 켜줄 아침을 기다리며.

겨울은 조금씩 끝이 보이는데
황금죽은 허리가 시들어가고
금전수는 여기저기 잎이 얼었다.

저 친구들이 다시 살 수 있을까?
잎을 만져보면 싸늘한데.

빈 응접실에 난방을 최대한 틀고
더운 바람이 쏟아지는 길목에 세워놓았다.

언 손 녹이고
조금만 더 견뎌달라 부탁한다.

지금만 지나면, 내년 겨울엔 꼭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주겠다 약속한다.

부디 죽지마라. 목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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