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2습작

몽상 210428

취몽인 2022. 2. 1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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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 210428


다 이유가 있겠지만
번개탄 세 장 검은 비닐봉지에 넣고
수면제 대여섯 알 주머니에 챙기고
마지막 한 잔 가방에 넣고
어디서 결행할 것인가
생각해보면
반지하 제 집에서 떠난 이 빼곤 대부분
중고차 안 아니면 어디 여관방
차 안은 좁아 무릎이 아플 것 같고
제 살던 방은 쳐다보는 것들 너무 서러우니
조금은 멀어져
누군가 머물다간 흔적 덕지덕지 앉아 영혼의 이름을 알 수 없는 곳이 좋겠지
떠난 뒤
너무 오래 혼자 있지 않게
적당한 시간에 문을 밀쳐 찾아줄 이 있는 곳
돈은 치렀으니 당당하게 들어
먼저 소맥으로 문을 열고
수면제로 문을 닫고
번개탄 불 붙여 주전자 받침 쟁반에 놓고
마지막 맥주를 마시고
눈 감으면
그러저러 끝날 터
궁리는 늘 비슷한 구석에 모여
아마 그랬을 것이다
이유는 모두 제각각이겠지만


2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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