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반고개 추억

국민주택

취몽인 2022. 4. 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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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주택


아파트 하나도 없었던 시절
반고개 옆 동네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
슬레이트 지붕의 집들이 빽빽했는데
동사무소 옆에서 구남여상에 이르는 언덕길엔
국민주택이 있었다.
번듯한 담장 안에는
알록달록한 시멘트 기와 지붕을 인
예쁜 집들이 반듯했다.
청수탕 옆에는 우철이가 살던
그보다 좀 오래된 기자주택이 있었는데
비길 바가 못되게 삐까번쩍 했다.
일학년 한반이었던 미혜도 거기 살았는데
걔 아버지는 달성공원 앞 치과의사라 했다.
흙마당에 슬레이트 지붕 집이지만
우리도 국민인데
왜 그 동네만 국민주택이라 이름 지었는지
의사 아버지쯤 돼야 국민 자격이 있는지
늘 기분 나빴지만
어쩌다 미혜네 집에 놀러가면
세상이 좀 다르긴 했다.
그때 생각했던 것 같다.
국민이 되려면 더 노력해야겠구나
우리 아버지는 국민도 못돼고 뭐 하셨나
그런데
우리는 국민 아니면 뭔가?
국민 말고 뭐지?
오래 궁금했던 기억이 있다.

22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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