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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고 가야한다
딱 죽을 힘만 남았을 때 그는 똥 싸러 일어났다. 그러나 한 번 더 넘어진 뒤 다시 침대로 올라가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 앉아 생각했다. 이건 어쨌던 비워야 한다. 한 팔은 바닥을 다른 팔은 침대 모서리를 짚고 일어서려 했지만 죽음은 그를 잡아당겼다. 털썩 다시 주저 앉은 것은 그의 굳은 몸뚱이만은 아니었다. 털썩, 열린 괄약근 사이로 쏟아진 똥. 그는 똥바닥에 주저 앉았다. 어쨌던 쌌다. 왜 비우고 가야한다 생각했는 지는 미끈거리는 악취와 함께 사라지고 그는 눈을 감았다. 긴 잠이 시작되었다. 아들이 와서 바닥을, 엉덩이를 누렇게 닦아내는 동안에도 그는 깨지 않았다. 자면서 새 옷을 입고 그는 반나절 뒤 갔다. 다행이다. 다행이다. 하면서.
220514
비우고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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