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식구

한 편의 詩

취몽인 2022. 2. 1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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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詩


또 넘어진 어머니는
한바탕 검은 똥을 싸고
그 위에 주저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난생 처음
어머니의 하초를 닦고
지워지지 않는 어머니의 속을 닦았다

그리고 그만
잠깐 잠든 어머니는 다시 깨지 않았다

대신 집요하게

유언 대신
한 무더기 검은 똥만 남기고
그 난감한 처치의 뜻만 남기고 갔다

칠갑의 문장
그 짙은 침묵으로
어머니는 무슨 말을 하신 것일까

詩 쓰는 아들에게
남긴 詩 한 편, 그 뜻이 무엇일까

2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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