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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경
그 시절
서문시장에는 불이 잦았다.
누군가
큰장에 불났다 외치면
조무래기들은 득달같이 두류산에 올랐다.
언덕배기에 서서 바라본 북쪽은
취객처럼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난리가 났을 것이다.
물을 퍼나르고
포목을 꺼집어 내 아래로 던지고
목숨을 건지려는 안간힘들이
불길 속에서 함께 타오르고 있을 것이다.
무료한 조무래기들에게
큰장의 큰불은 혁명의 행진
두근거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산 아래
어른들은 리어카를 끌고 달렸다.
불난리에서 건져진
경황 없는 남의 재산들
아수라를 틈타 실어올 요량으로
불길에 달려드는 부나방처럼
허겁지겁 달렸다.
모든 혁명에는
피의 부스러기를 얻어 먹으러
달리는 이들이 있음을
한참 뒤에 알았다.
22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