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와 함께 한 일 년
장마비가 시원하게 내리고 있습니다. 유월은 이렇게 온 세상을 비로 적신 채 지나가나 봅니다.
오늘은 특별한 날입니다. 작년 4월 안양에서 보청기센터를 운영하기로 마음먹고 여러가지 준비를 거쳐 7월 1일 첫 문을 열었습니다. 그러니까 오늘이 정확히 일년 되는 날입니다.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어느 하루 특별하지 않은 날이 있겠습니까 만 그래도 지나온 일년의 시간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좋은 장소를 찾기 위해 안양시내를 돌아다녔던 일, 장마와 무더위로 유난히 힘들었던 인테리어 공사 기간을 지나 칠월의 시작과 함께 첫 출근을 했던 날이 생각납니다. 멀끔하게 꾸며진 굿모닝보청기만안센터 상담실 책상에 혼자 앉아 앞으로 어떻게 꾸려 나갈 것인가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이었습니다. 아니 솔직히 걱정이 7할이었지요. 이제 막 문을 연 보청기센터를 누가 기다렸다는 듯이 찾아올 사람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어서 한 동안 빈사무실에 혼자 앉아 전전긍긍하던 제 모습도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 기적처럼 첫 고객의 전화를 받고 계약을 한 날도 또렷이 생각납니다. 첫 달은 운 좋게 몇 개의 보청기를 팔았지만 그 다음날은 한 대도 못 팔아 이러다 망하는 건 아닌가 근심을 하기도 했습니다.
일 년이 지난 지금 제 핸드폰에는 고객들의 연락처가 150개 정도 메모리 되어 있습니다. 대략 일주일에 평균 세 분 정도의 연락처가 남겨진 셈입니다. 물론 그 중에서 실제 구매로 이어진 분의 수는 훨씬 적지만 어쨌든 전화로든 방문을 하셨건 저와 상담을 하신 분들의 숫자입니다. 그 중에는 7살 꼬마도 있고 안타깝게 돌아가신 어르신도 있습니다. 그 분들 덕분에 일 년을 잘 꾸려올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꽤 친해진 어르신도 많아져서 처음 몇 달처럼 막막하고 외로운 일은 없습니다. 결국 보청기센터는 고객들이 운영해주시는 셈입니다.
보청기센터 운영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자리에서 오래 고객을 만나다 보면 단골이 쌓이고 그곳에 보청기센터가 있다는 인식도 쌓입니다. 그러면 자연히 매출도 늘어난다는 의미이지요. 물론 잘 해야 한다는 건 당연한 전제이겠지요. 잘 한다는 건 무엇일까요? 제 생각으로는 고객을 진심으로 대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제 잇속만 챙기려고 욕심을 부리기 보다는 난청을 겪는 고객분들의 어려움을 잘 헤아리고 공감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면 된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정말 그렇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 지는 감히 자신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처음 굿모닝보청기만안센터 문을 열 때 스스로에게 두 가지 약속을 했습니다. 하나는 딱 십 년만 하자. 일흔 전까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하고 은퇴하자. 그 때가 되어 누군가에게 물려주고 남은 여생은 여행을 하고 글을 쓰며 살자 생각했습니다. 또 하나는 수익금의 10%를 소리나눔 기금으로 모아 형편이 어려운 분들에게 보청기를 무상으로 후원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일 년은 큰 수익을 내지 못했습니다. 초기 투자 비용이 제법 들어간 탓이고 매출도 썩 많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간 세 분에게 보청기 지원을 했습니다. 한 분은 전액, 두 분은 50%씩 도움을 드렸습니다. 부족하지만 약속은 지켰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에는 적어도 여섯 분 정도에게는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가능하도록 열심히 해야겠지요.
일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둘째 딸이 시집을 갔고, 저희 부부도 환갑이 됐습니다. 부끄럽지만 시집도 한 권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인생의 성과라면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있어 100권 정도의 책을 읽었고, 조그마한 그림도 스무 점 정도 그렸습니다. 삶에 질이란 게 있다면 제 생각으로는 고품질의 삶을 살아온 것 같습니다. 모두가 도와 주신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내일은 2년째 첫날이 시작됩니다. 다시 설레는 마음으로 맞겠습니다. 앞으로 남은 9년의 첫 날이기도 하고 처음 만날 고객과의 약속이 있는 날이기도 합니다. 진심을 놓치지 않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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