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190313
당신에게 가기 위해서 반드시 당신을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은 슬픈 일이다 오늘 같은 날 그저 누군가의 조바심으로 조금은 빨리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저 끝에 선 당신을 잡아당겨 보지만 당신은 완고하게 차곡차곡 일어서 단 한 바퀴씩만 허락한다 한 사람의 당신을 지나치면 또 한 사람의 당신은 지나간 당신의 손을 그제서야 놓고 그렇게 등 뒤는 돌아선 당신들로 가득하다 한참을 달렸나보다 어둑한 언덕 위로 당신의 모습이 보인다 몇 남지않은 당신을 마저 밟고 당신에게 닿는다 하지만 당신은 나를 지나쳐 그저 뒷모습이 될뿐 다시 저 먼 곳에서 나를 기다린다 끝없는 당신 그것이 당신이라면 나의 길은 너무 잔인한 환유
19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