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근무
밤에 일 하는 게 좋다
아침 나절
식구들 모두 출근한 후
혼자 느즈막히 일어나
같이 딩구는 게으른 강아지
따뜻한 배를 쓰다듬다
정오쯤
된장찌개에 밥 한 술 비벼 먹는다
다시 침대에 누워
시집 한 권, 에세이 한 권
뒤적뒤적 읽다가
맘 내키면 짧은 글도 쓰고
페북에 헛소리 좀 흘리고
그리다 허리 아플 즈음 일어나
강아지 밥 주고
설거지 하고
대충 씻고
다섯 시쯤 집을 나선다
이쯤이면 이미
하루는 왠만큼 살았고
무료한 저녁 시간에 일해 돈 버는
팔자 좋은 사내인 척 할 수 있다
퇴근 시간 밤 시간 새벽 시간
미친 놈처럼 거리를 헤매는 것도
그리 낯설지 않다
마지막 한 시간
동쪽이 밝아오는 걸 보며
부족한 수입을 채우는 스릴도 좋다
밤새 지쳐 나른한 몸으로
새벽 버스를 타고
푸른 언덕을 오르는 해체감도 괜찮다
무엇보다
새벽에
잠에서 깨어나지 않고
잠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다
밤에 일하는 건 그래서 다 좋다
2018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