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곡
2007. 10. 16
그때,
그곳엔
문둥이처럼
시인들이 살고 있었다
가난한
마음이 쪼그린
토굴들과
초라한
일상이 거적처럼 깔린
민둥산에서
내가
아는 시인들은
해거름 긴 그림자처럼
광화문 저녁으로 와
술을 찾았다
땡중같은
시인은
시주같은
밤술을 청하고
우리는 욕값으로
술값을 치르고
시를
말하지만
시를
말해서는 안되는
야차같은 시인과 함께
어두움을 들이키면
욕지기 가득한
새벽이
광화문 뒷길에 기어들고
시인들은 다시
긴 그림자 유령처럼
사라져갔다.
.
.
.
.
지금 능곡에는
한번도 뒷모습 보지 못한
문둥이같은 시인들
그림자가
아마도
골짜기처럼 묻혀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