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능곡

취몽인 2007. 10. 16. 17:44

 

 

능곡

 

2007. 10. 16

 

그때,

그곳엔

문둥이처럼

시인들이 살고 있었다

 

가난한

마음이 쪼그린

토굴들과

초라한

일상이 거적처럼 깔린

민둥산에서

 

내가

아는 시인들은

해거름 긴 그림자처럼

광화문 저녁으로 와

술을 찾았다

 

땡중같은

시인은

시주같은

밤술을 청하고

우리는 욕값으로

술값을 치르고

 

시를

말하지만

시를

말해서는 안되는

야차같은 시인과 함께

어두움을 들이키면

 

욕지기 가득한

새벽이

광화문 뒷길에 기어들고

시인들은 다시

긴 그림자 유령처럼

사라져갔다.

.

.

.

.

 

 

지금 능곡에는

한번도 뒷모습 보지 못한

문둥이같은 시인들

그림자가

아마도

골짜기처럼 묻혀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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