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님 상을 당해 오랜만에 고향을 다녀왔습니다.
떠나신 분에게 슬픈 인사를 드리고 돌아나오는 길에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내가 연락한 친구는 한 명이었는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십수명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아는 얼굴, 모르는 얼굴, 기억나지 않는 얼굴들이 뒤섞여 오랜 시간 동안 술을 마셨습니다.
마흔 중반의 늙다리들이 계집아이들처럼 수다를 떨고 객기를 부리다 보니
한 자리에서 네시간 넘게 퍼질러 술을 마셨더군요.
무엇이 그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하고 그렇게 함께 웃게 했을까?
단지 고등학교 동기라는 동질의 소속감 외에 무언가 가슴 속 그리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세월과 함께 잃어 버린 많은 것들, 그리고 되살리고 싶은 기억들...
그런 것들을 찾기 위해 귀소 본능처럼 모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들에게 붙들려 예정보다 하루를 더 머무르고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고향에서의 삶을 생각해 봤습니다.
과거가 고스란히 살아 있는 그 곳에서 나중에 다시 살게되면 그때도 이런 반가움이 남아 있을까?
그건 물론 모를 일입니다. 특별한 상황으로 일반적 상황을 추정한다는 것이 무리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그런 꿈은 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언젠가 돌아 가고 싶은 곳, 오랜 친구들이 있는 곳, 내 뜨거웠던 기억이 남아 있는 곳.
그곳은 분명 내 뿌리같은 고향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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