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봄 그리고 반복되는 유예

취몽인 2008. 3. 25. 19:04

2008. 3. 25 (화)

 

비가 오시고 난 후 날씨가 스산하다. 하늘도 거칠게 흐리고... 초겨울 느낌이다.

요즘 계절은 정말 제멋대로이다. 저야 신나겠지만 사람들은 감기로 몸살이니...

 

며칠 별르더니 결국 윤사장이 손을 들었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그 사람의 형편이야 내 쪽에서는 이미 아는 일이고

한치 앞도 못보는 허세를 또 부린 셈이어서 적잖이 자존심 상했을 것 같다.

밑져야 본전이라 생각 했지만 막상 본전이 되고 보니 나 또한 씁쓸하다.

또 한 번의 유예,

잠시 접어 뒀던 가까운 장래에 먹고 살 일 만들기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올림픽대로 햇빛 양지 바른 곳에 봄 꽃들이 잔뜩 꽃눈 끝에 웅크리고 있다.

주말이나 늦어도 담주엔 개나리부터 터져 나올 기세여서 눈이 호사할 시간이 멀지 않은 셈이다.

개나리는 꺽꽂이 번식을 주로 하기 때문에 꽃을 피워도 꽃가루 받이에 이은

열매 맺기를 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한다. 열매란 것이 종족 번식을 위한 것인데

종족 번식을 인간이 꺽꽃이로 대신 해주니 벌, 나비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가 없게 된 셈이다.

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인간이 개나리를 불임의 나무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 마음으로 시 한 편 써봤는데 마음에 몹시 안든다. 싼 티가 절절 흐른다.

 

F&F에서 같이 일했던 최승호랑 윤장호가 저녁에 온다고 했었는데 갑자기 취소가 됐다.

어느새 내가 술 약속이 취소가 되는 걸 기뻐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내일부터는 또 보류해 두었던 치부책을 들춰 아쉬운 전화를 해야겠다.

아내는 좋아 할려나? 가게 오픈 수발 일꾼으로 부려 먹기에 한결 부담없이 되었으니.....    

'이야기舍廊 > 하루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교 야구  (0) 2008.03.28
번잡  (0) 2008.03.26
무게  (0) 2008.03.25
성 금요일  (0) 2008.03.21
고난 주간  (0) 2008.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