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 9 (수)
아침 나절 흐리더니 오후부터 비가 오신다.
"투표소는 썰렁, 벚꽃 밑은 북적"이라는 기사 헤드라인이 인상적인 하루다.
18대 국회의원 선거로 임시 공휴일인 오늘, 저녁 뉴스엔 선거 이야기로 시끌하다.
교육된 의무감으로 투표를 던지고(?) 이젠 일상이 돼가는 장보기를 아내와 나섰다.
베이글을 사고 영등포 청과 시장에 들러 딸기와 토마토를 샀다.
가게로 가는 길 차안은 고소한 베이글 빵 냄새와 달콤한 딸기 향이 뒤섞여
머리가 어질어질 할 지경이었다.
가게에서 딸기 꼭지를 자르고 씻어서 20g씩 봉지에 담아 냉동실에 넣는 일을 했다.
일년 동안 쓸 딸기 주스 재료를 준비하는 일이라고 한다.
열심히 싹 틔우고 꽃 열어 열매 맺은 딸기는 잽싸게 목이 잘려 시장으로 나오고
내 손에 들어와 잘린 목 여미고 냉동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딸기의 생이란게 참.. 허무할 듯 하다.
비를 뚫고 회사로 와서 내일 프리젠테이션 준비를 한다.
파워포인트 화일을 다듬고 애니메이션을 심고... 이십년 동안 해온 일.
이젠 긴장도 재미도 별로다.^^
날이 밝으면 짙은 색 수트를 차려입고 열댓명 광고주 앞에서 브리핑을 해야 한다.
강제로 내 말을 들어야 하는 그들이지만 선택 또한 그들이 한다.
나를 팔지 못하면 나의 주장은 공중에서 소멸되어 버리는 프리젠테이션, 프리젠테이션
오늘 괜히 센티가 넘친다. 비가 오시는 탓이리라. 우리 집 딸기들(?)이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