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터지는 봄

취몽인 2008. 4. 16. 15:43

2008. 4. 16 (수)

 

 머리가 아프다. 화창한 날씨에 몸이 멀미라도 하는 것 같다.

아침에 나오는 데 자동차 앞바퀴에 펑크가 나 있었다. 아내는 어제 또 토마토를 썰다 손가락을 베고..

자동차의 바퀴와 아내의 손가락... 바삐 사는 생활의 상처들이다.

 

 집앞 담장에 담쟁이들이 잎을 터트리고 있다. 빨간 손톱처럼 눈을 내밀더니 잎도 붉다.

이 붉은 것들이 물이 오르면  푸르게 얼굴을 펴고 가을이 오면 다시 붉게 지겠지. 붉으락 푸르락.ㅎㅎ

안방 창문위로 담쟁이 덩쿨이 자란 모습을 보고 싶어 가지를 꺽어 심어 뒀는데 아침에 보니 말라버렸다.

지난 가을에 묻어둔 씨앗들이 싹터 오르기를 기대하는 수 밖에 없으려나?

 

 지난 겨울 난 포도덩쿨도 눈을 터트리고 바닥 블록 사이에는 민들레가 낮은 노란 꽃을 여기저기 피운다.

어미 잃은 앵두나무 어린 가지들도 앞다투어 잎을 내민다. 여름이 지나면 그중 튼실한 녀석만 남겨두고

가지를 쳐줄 생각이다. 내게 무슨 권한이 있어 생명을 선택하랴만은 녀석이 경쟁력을 가지고 자연

속에서 오래 살아 남고 자손도 퍼뜨리려면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다.

 

 저녁에는 희나씨 송별회가 있단다. 캐나다 아저씨와 결혼해서 그 나라로 떠난단다.

모딜리아니 그림처럼 웃는 희나씨를 앞으로는 자주 못보겠다.

오랜 만에 셔터맨 휴가내고 벗들이랑 소주 한 잔 하겠다. 아직 네시간 남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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