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홀로그램

취몽인 2008. 5. 9. 17:17

2008. 5. 9 (금)

 

 홀로그램 같은 날씨. 창밖을 내다볼 때마다 하늘이 다르다. 소란스럽다.

 

 하늬 입원 나흘째. 어제는 병원에 혼자 두고 오는게 마음이 몹시 아렸다.

대단한 증세가 아님에도 원인이 밝혀지질 않으니 온갖 생각이 머리 속에 가득하다.

운전을 하다 혹시 이 애가 갑자기 내 곁을 떠난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만으로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소중함의 무게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오늘 오전엔 위장 전도 검사를 했다 한다. 뭔가를 먹으며 위장의 활동 상태를 전기적으로 체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고 내일 위장 연동운동 검사도 예약되어 있다.

보이지 않는 뱃속을 짚어 보느라 현대 의학이 참 바쁘다.

애가 많이 의기소침하다. 어제 병원비 저더러 계산하라고 했더니 그 금액에 놀라 더 심해진 듯하다.

가난한 애비 때문에 맘대로 아프지도 못하는 그래서 더 아픈 내 딸, 속상하다.

 

 아침 나절 애만 있는 병원에 목사님 다녀 가셨다고 한다. 누구한테 소식을 들었는지 궁금하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는데... 고마운 인사를 전하려 했으나 심방중이시란다. 저녁에 다시 해야겠다.

 

 기아자동차 포르테 PT, 제출만 하는 것이어서 부담이 덜 하다. 떨어질 거라 예상하고 있어

기획서도 대충 썼다. 내가 봐도 허술하기 짝이 없는 논리.. 광고주도 웃겠다.

 

 오늘 지나면 사흘 연휴다. 모처럼 하루는 쉴 수 있으려나? 

시험 때문에 미뤄둔 무늬 생일파티를 해야 할텐데 하늬가 아파서 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이래저래 둘째 녀석에겐 미안하다.

 

 어제 밤, 답답하기도 하고 저녁도 건너 뛰어서 겸사겸사 소주 한 잔 했다. 밤 1시에...

아내도 몇 잔 거들었다. 집안 돌보는 일을 좀 안도와 준다고 어머니한테 싫은 소릴 했다 한다.

그게 무슨 의무도 아니고.. 가슴이 더 답답했다. 어설프게 취해서 잠들었는데 아침이 힘들었다.

 

 동창회 체육대회 참석 독려 문자가 빗발친다. 못 간다. 아니 그건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주일 날 하니까. 나는 체육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니까.

 

 문학사상 5월호 읽는다. 내 글의 시동 배터리 같은 책. 나의 문학적 에너지는 이처럼 비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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