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誤診

취몽인 2008. 5. 30. 16:45

2008. 5. 30 (금)

 

 하늘이 온통 노랗다. 시끄러운 중국이 하늘에 가득 차 있다.

황사, 해를 가린 먼지. 쇠고기, 민심을 가린 정치. 봄은 이렇듯 다양하게 병들어 가고 있다.

 

 대구에서 걸려 온 전화 한통. ' 어머니 췌장의 종양이 양성이라네요...' 장모가 암이 아니란다.

암이라고 천만원이나 들여 사이버나이픈가 뭔가 하는 수술까지 마쳤는데.. 암이 아니라니..

의당 반가워해야 할 일인데 가슴 한켠이 쓰라린 건 이 또한 인지상정이라 치부할 수 있을까?

CT, MRI, PET MRA... 21세기 첨단 영상 진단 장치를 총 동원해서 만났던 의사마다 치명적이라

판정했던 병인데.. 대구의 중간 규모 병원에서 의심을 제기하고 내시경 검사를 통해 들여다 보니

인체 내부에 돋는 커다란 물사마귀 종류에 다름 아니라니.. 이 무슨 어처구니 없는 일인가?

정작 오진을 발견해 준 병원을 찾은 이유가 헛수술의 후유증으로 인한 고통을 덜기 위하여서라는 사실이

실소를 멈출 수 없게 한다. 

 

 장모 인생도 참 기구하다. 십수년전 대구에서 폐암 진단이 나와 온 식구가 울며불며 서울로 와서

고대병원에서의 재진 결과 그때도 물혹이었지 아마..  한번도 아니고 두번씩이나 장모는 사형선고와

취소를 반복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암이 아니라니 어쨌던 천우신조이긴 한데..

장모 본인의 절망이나 온 가족의 마음 조림이 또 다른 병을 낳지나 않을까 베부른 걱정도 된다.

 

 옛날에 본 통계 하나. 미국의 오진율이 54%에 달하고 우리나라는 거의 70%를 넘는다는 통계 추정..

이런 허술하기 짝이 없는 의사들에게 온 몸과 생명을 맡겨야만 하는 속수무책이 속상한다.

그 어려운 의학용어 써가며 거만하기 짝이 없는 상류사회 의사들. 진정 무식한 도둑놈들 아닌가?

 

 우리들병원의 오진에 대해 큰 처남은 어떤 식으로든 해명과 보상을 요구하자고 한다.

하지만 우리 나라 시스템은 이미 그들에게 원초적인 면죄부를 부여하고 있지 않은가?

더 마음 상할 일만 생길 것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형편이다. 그래도 짹 소리는 내봐야 할텐데..

 

 기쁜 소식이라면 이보다 더 기쁜 소식이 있을 수 있을까? 내 부모가 6개월 길게는 일년내에

고통속에서 돌아가신다고 알고 있다가 천수를 누릴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당연히 기쁜 일이다.

아내와 파티라도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씁쓸하게 만드는가?

 

 의사들이여,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히 말하라. 환자는 마케팅 지상주의의 타겟이 아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고사하고 가족의 생사가 걸린 판단을 비싼 기계 원가 뽑는 기준으로 내리지 말라. 

 

'이야기舍廊 > 하루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마와 강박  (0) 2008.06.18
淸所  (0) 2008.06.02
두려운 6월  (0) 2008.05.27
성인의 날  (0) 2008.05.19
家族歷  (0) 2008.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