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엔 폭설이 내렸다 한다. 학교가 휴교할 정도의 눈. 서울은? 밤새 기다렸으나 추위만 내렸다.
이런 저런 모임 소식과 함께 한 해가 천천히 저물고 있다.
저무는 한 해가 유난히 느리게 느껴짐은 아우성처럼 세상이 어려운 탓인지도 모르겠다.
둘째 무늬의 대학 입학 소동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고.. 집 나간 동생은 소식이 없고..
큰 처남 회사는 매각설에.. 조업 단축에.. 한숨 가득하고.. 작은 처남도.. 큰 딸 건강도...
아내의 지친 심신이며...
"이 정도도 감사"라고 아무리 외쳐도 년말 나를 둘러싼 사람들의 얼굴은 온통 무겁다.
그래서 눈이 더욱 기다려진다.
계산기를 두드리면 쏟아지는 적자의 숫자들, 게으름에 묶여 도무지 풀리지 않는 숙제들,
어깨를 누르는 묵은 피로들, 조금만 내밀면 솟아오를 것 같은 날카로운 마음들..
모두 덮어 하얗게 웃을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하지만 헛소문만 요란할 뿐 기별이 없다.
글피면 크리스마스 이브. 거리엔 캐롤도 메말랐다.
예수님도 쓸쓸할 것 같은 세모에 무엇으로 웃어야 할지 빈주머니 손가락만 만지작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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