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10(화)
대보름 달을 가리웠던 구름이 아직도 하늘에 머물고 있다.
언제 내렸는지는 모르겠는데 차창에 마른 빗물이 곰보 자국처럼 얼룩얼룩하다.
가디건을 벗으면 어깨가 스산하고 입으면 답답한 2월, 어중간한 계절이다. 어디론가 이동 중인.......
10월에 광고를 해준 조그마한 회사에서 광고비를 아직도 못 받고 있다.
차일피일 미루더니 이젠 전화를 해도 잘 받지도 않는다. 가깝지도 않은 안산이라 뻔질나게 찾아가기도
힘들고.. 찾아 가면 미안하다고 열흘내에는 꼭 갚겠노라고 도에 넘치게 진지하게 대하곤 한다.
내가 마땅히 받을 권리가 있는 돈이지만 정작 갚아야할 당사자가 쉽사리 갚지 않으면 받기가 쉽지 않다.
물론 법적으로 뭔 청구소송이니.. 이런 걸 하면 받을 수는 있겠지만 돈 몇백(?) 받겠다고 송사를 하기에는
우리나라가 그리 만만한 곳이 절대 아니다. 그래서 얼렀다가 엄포도 놨다가 그저 입으로만 악악댈뿐
시원한 해결은 요원할 것 같다. 그래도 끈질기게 괴롭혀야 받을 수 있다고 옆사람들은 얘기한다. 참 나!
이십년전쯤 내가 빚독촉에 시달렸던 시절이 새삼스럽다. 그땐 전화기 벨소리가 어찌 그리도 무섭던지..
이십대 후반 무렵이었으니 세상 물정을 조금은 알만한 나이였건만 그 빚독촉에 맞닥뜨렸던 그때의 나는
참으로 무기력 했었다. 그저 뒤로 숨거나 그 순간만을 넘기기에 급급했던.. 영리하지 못했던 채무자.
그 고통의 시간을 아내가 고스란히 뒤집어쓰고 빚잔치를 했었다. 등 뒤에 나를 숨기고...
지금도 그때 이야기를 아내가 꺼내면 영 할 말이 없어진다. 하긴 그 시절 뒷걸음질 그림자가
지금 삶에도 아픈 흔적으로 남아 있으니 할 말은 커녕 면목없어 함이 마땅하다.
빚을 받으면 딸아이 하나 대학 등록금을 쉽게 충당할 수 있는데.. 쉽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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