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대 길
2009. 5. 6
꽃 져
상흔처럼
가지에 고통이 열릴 때
님이 가신 소식 듣습니다
전하는 이
마음의 상처는
전갈 마저 뾰족하지만
가슴 뭉근하게
떠난 님
깊은 눈이 떠오릅니다
바람 쫒듯
달리시던 님
그 속도의 흔적을 담고
오가던 모습에서
자유를 생각하곤 했습니다
마음 내키는 대로
한 살림 살았다 싶지만
할리데이비슨
토하는 울음 뒤에
작두 타는 님의 마음도 보입니다
이십여년전
열달 남짓 인연이 고작
그나마
우리가 나눈 대화가
열마디나 되었을까요
오가는 전설과는 달리
나의 관계는 희미하지만
떠난 소식에
발처럼 빨랐던 말씨 떠올려
새삼 가슴은 선명합니다
님은 늘
숨가빴지만
봄 바람에도 흔들리는
연분홍 벛꽃
가녀린 잎새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내 기억 속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예민한 감각
그 떨림의 삶을
부럽게 사셨다 싶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 1990년 광고대행사에 첫발을 디뎠던 대보기획,
유난 했던 정대길 사장님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