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책과 문화 읽기

임지호 <마음이 그릇이다. 천지가 밥이다.>

취몽인 2009. 6. 30. 17:45

 

 

 

 

년전에 TV 프로그램 인간극장에서 본 적이 있는 괴짜 요리사의 삶과 생각과 요리가 담긴 책이다.

책은 임지호씨의 구술을 바탕으로 방송작가 한지원씨가 전지적 작가 시점(?)과 대담 형식을 섞어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식으로 씌여있다.

 

저자(임씨를 저자로 보자)의 만만찮은 인생 이력과 그 공력이 반영된 삶의 모습과 음식을 느끼는 재미가

쏠쏠하다. 점심먹고 잠시 쉴 요량으로 책을 들었다가 내쳐 다 읽고 말았다. 물론 요즘 문화 관련서들이 대체로

그렇듯 볼거리가 많은 편집이어서 250쪽 정도 분량은 사실 한 두시간이면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인생 유전을 담은 설 익은 소설 한편을 읽으며 사이사이 요리와 관련된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랄까..

요리들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자연 재료를 통채로 갈아 완자형으로 만들어 내고 거기에

각종 소스로 맛을 내는... 또는 위의 완자나 전병을 튀겨내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요리들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그런 류의 의도나 스타일을 벗어나 시골 장터 할머니들에게 묵밥을 만들어 준다던가 친근한 주변

재료를 뚝딱 만져 가락국수를 담아내는 정겨움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아이들 공부가 끝나면 나도 공부를 다시 시작했음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때 내가 하고 싶은 공부는 신학이거나 식물학이 되었음 좋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저자가 뒷산에 훌쩍

올라가 풀섶을 뒤져 나로선 도무지 알 수 없는 야생초로 자연의 멋과 맛이 담긴 요리를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며 또 한 번 그 생각을 했다 .

내 곁의 자연, 그것을 알아가다가 그들과 더불어 죽는다면 참 행복 하겠다는...

 

그런 점에서 저자의 삶은 참 부럽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한다. 그 부러움의 자리는 그 만의 고통위에 놓였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