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들른 시스컴. 새로 이사한 사무실은 가정집을 개조해 쓰는 탓에 제법 고즈넉한
앞 마당이 있다.
앞 마당에는 모과나무 감나무 소나무 같은 제법 수령이 된 나무들과 직원들이 가꾸는 토마토
고추와 장미 넝쿨이 어울어져 있는데 서울 강남 한 복판 뒷 골목임에도 종달새 만한
(사실 이름을 모른다) 새들과 그들을 부러 모은 벌레들이 제법 많이 산다. 강남 도심에서 듣는
새 소리....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몇몇 생명체에겐 그 소리가 죽음을 부르는 소리처럼 무서운 소리일 것이다.
정원으로 나가는 베란다엔 정원과 베란다를 나누는 난간 비슷한 것이 있는데 그 옆에 엎어
놓은 플라스틱 통 옆으로 뭔가가 묻어 있다. 자세히 보니 묻어 잇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움직이는 벌레 같다. 좀 더 자세히 보니 마치 달팽이처럼 쐐기풀 같은 나뭇가지를 뒤집어쓴
조그마한 벌레가 플라스틱 통에 매달려 기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산속 계곡에서 돌을 들치면
보이던 작은 갑각류들 처럼 그렇게 위장을 하고 어디론가를 가고 있는 중인 것이다.
아마도 녀석은 내가 지금 기분좋게 감상한 그 새소리에 놀라 어디론가 허둥지둥 피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사실 세상은 그렇게 온통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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