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0. 29
이 자리에 앉은 지도 벌써 육개월이다.
남산 골짜기 필동 끄트머리에서 아옹다옹
부대끼다 제법 번듯한 퇴계로 5가에 새 터를
잡았을 때 내 눈은 곧추 앞만 바라볼 것 같더니
창문 앞 은행 나무 푸르름이 옅어지듯 내 시선
또한 퇴색하여 좌우를 희멀겋게 떠도는 요즘이다
나뭇가지나 교차로를 지나는 차들을 보긴 했지만
그 너머 공사장에 뭔가 집을 짓고 있구나 생각킨
했지만 뒷통수에 걸친 유리창 너머 저렇게 큰
건물이 올라오는 걸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낯선 얼굴이 불쑥 내 앞에 닥친듯 생경하다
주상복합 건물은 사마귀 앞 다리 같은 크레인 두개가
가로로 켜켜히 쌓아 올리는 중이다. 퇴적이 끝나면
수많은 사람들이 화석처럼 퇴적물 사이를 파고 들것
이고 그들의 지층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때가 되기
전에 그들의 가로를 세로로 바라보던 나는 창을 닫고
또 다른 가로 또는 세로의 시간 속에 앉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