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열쇠를 반납하다

취몽인 2009. 12. 30. 20:03

 

        

 

 

 

 

 

 

 

 

 

 

                                              

 

 

 

열쇠를 반납하

 

                                                                                                       2009. 12. 30

 

 많은 날 동안 한 곳에서 다른 한 곳으로 들어가기 위해 또는 나가기 위해

 참 많은 문을 열었고 닫았다. 그리고 그 단절의, 또는 연결의 순간 마다

 손가락 만한 각기의 열쇠들이 선봉장처럼 나를 앞질러, 내 손을 앞질러

 나서곤 했다.  현관문에서, 주차장에서, 자동차 문 앞에서, 교회 셔터문에서,

사무실에서, 화장실에서, 아내의 가게 금전등록기에서.....................................

 

한 해를 하루 남긴 내 열쇠 꾸러미. 한 때 바짓주머니가 축 쳐질만큼 많은

문을 달고 다녔던 그 꾸러미가 단촐하다. 한 달 남짓, 썰물이 밀려가듯

부랴부랴 헤어진 많은 것들은 모두다 떠나가며 내게 문을 닫아 줄 것과 

다시 들어올 경우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의사 표시로 열쇠의 반납을 요구했다.

7년을 살았던 집의현관이, 지하주차장 리프트가, 교회의 셔터가.....................

 

오늘, 또 하나의 열쇠를 송년 인사처럼 건낸 꾸러미는 한달 보름 쏙쏙 빼먹은

굴비두름같이 가난하다. 내일이면 또 하나를 반납해야 한다. 살면서 그 동안

얼마나 많은 문을 닫은 것인가? 얼마나 많은 문들로부터 닫혀진 것인가?

리모컨으로 셔터문을 열고 차를 주차한 뒤  현관 문 번호 키를 삑삑삑 눌러

새 집 현관문을 들어서며 주머니속 쇠붙이 피붙이를 묵은 고추처럼 만지작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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