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책과 문화 읽기

E.H 카 <역사란 무엇인가>

취몽인 2010. 2. 10. 11:54

 

 

 

 

 

 

대학 초년 시절, 어설픈 운동권 신입생이었을 때 선배들이 꼽아준 필독서 몇 권 중의 하나였던

E.H. 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 - What is History?>를 대학 졸업하고도 이십오년만에 다시 읽었다.

그 이유는 우습게도 두 딸에게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책으로 나 자신이 추천했기 때문이다.

어렴풋한 기억 만으로는 혹시나 모를 딸들의 질문에 속수무책 당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자기 방어의 목적으로 다시 읽은 것이다.

 

지금 내가 사는 순간도 역사의 한 순간일진데.. 무수한 채널로 수 없이 접하는 역사들을  바로 볼 수 있는 시각은

어쩌면 제법(?) 중요한 것일지 모른다. 내가 알고 있는 역사가 어떤 지극히 목적 지향의 저명하지만 완고한 역사가에

의해 지극히 왜곡된 것이라면... 그 역사를 기반으로 내게 축적된 가치 또한 모조리 헛 것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적어도 역사가 어떤 의미를 가지며, 역사가는 어떻게 역사를 정리하고 있으며, 무엇을 어떻게 바르게 알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캠브리지의 E.H.카는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해 준다.

 

 

 

과거의 사실은 스스로 말할 수 없으며, 반드시 역사가의 손을 거쳐 그 존재를 우리에게 알리는 것이다.

 

역사의 임무는 '그것이 진정 어떠하였는가를 보여주는 데 있을 뿐이다. -- 랑케

 

역사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특정한 견해를 받아 들여 그런 견해를 뒷받침해 주는 사실들만이

보존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에 의해서 선택되고 결정된 것이다.

 

모든 역사는 '현대의 역사' -- 크로체

모든 역사적 판단의 기초를 이루는 것은 실천적 요구이기 때문에, 모든 역사에는 <현대의 역사>라는 성격이 부여된다.

서술되는 사건이 아무리 먼 시대의 것이라고 할 지라도 역사가 실제로 반영하는 것은 현재의 요구 및 현재의 상황이며

사건은 그 속에서 메아리칠 따름이다.

 

이는 역사란 본질적으로 현재의 눈을 통하여 또한 현재의 문제에 비추어서 과거를 봄으로써 성립하고,

역사가의 주 임무는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하는 것이라는 뜻.

 

역사를 쓰는 것만이 역사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 -- 오우크슈트(Oakeshott)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의 부단한 상호 작용의 과정, 즉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인간을 개인으로서 취급하는 것은 전기이고, 인간을 전체의 일원으로서 취급하는 것을 역사라고 구분하고,

또한 좋은 전기는 나쁜 역사를 만든다.

 

역사란 '어떤 시대가 다른 시대 속에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일들의 기록' -- 부르크하르트(Burckhardt)

 

역사가들이 진실로 관심을 가지는 것은 특수한 것이 아니라 특수한 것 속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것이다.

 

과학자, 사회과학자 및 역사가는 모두 동일한 연구의 다른 분야에 속해 있다.

연구의 목적은 동일하다. '곧 환경에 대한 인간의 이해와 지배력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원인'의 탐구를 통해 역사적 사실들을 인과의 계열 속에 배열하는 것이 역사가 고유의 기능

 

역사가는 원인을 다양화하는 동시에 단순화해야 한다.

 

인간의 정신은 관찰된 사실을 모아놓은 넝마자루를 이리저리 뒤져서 '부적절한 것'을 버리고 '적절한' 관찰된 사실들을 골라내고

이어붙이고, 모양을 만들어서 마침내는 '지식'이라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누비이불을 만들어 낸다.

 

역사의 이중의 상호 기능 -

현재에 비추어서 과거에 대한 우리들의 이해를 촉진하고, 과거에 비추어 현재에 대한 우리들의 이해를 촉진하는 것.

 

역사는 전통의 계승과 함께 시작되며, 전통이란 과거의 관습과 교훈을 미래에 전달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