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사랑하는 사람들

정희순

취몽인 2010. 4. 9. 16:40

 

 

 

 

 

 

정희순

 

                                                        2010. 4. 9

 

벛꽃이 눈부신 4월

당신이 떠난 자리에서야

시든 장미

당신의 이름을 알았습니다

 

내 아버지의 형수

내 사촌들의 어머니

내 어머니의 형님 동서

나의 큰 어머니

 

불타오르다 쓰러져

다시는 일어서지 못한채

기억의  2층을 기어 다니신

당신의 만년

 

화려한 김치 맛이며

억센 편애며

도무지 끊어지지 않던 집착이며

눈 감지 못하던 안타까움까지

 

고스란히 둔 채

당신은 그예 떠났습니다

당신이 지키고 싶어 하던

조상 신들에게로 떠났습니다

 

어릴 적 제삿상

기를 쓰고 어린 조카에게 감추던

곳감이며 계란 반 토막이며

살 튼실한 조기는

 

이제 오롯히

당신을 위해 차려진

상에서 물려지면

누가 감출런지요

 

사랑이 한 편지면

그 사랑이 사람들 가슴을 에일 줄을

모로 타는 불꽃같던

당신은 모르셨던 것 같습니다

 

큰 아버지를 닮아

씨눈물 흘리던 외도의 딸 윤숙이

모진 고통을 저주하던

가시 돋힌 단단함으로

 

당신의 남편

내 아버지의 형

내 사촌들의 아버지

내 큰 아버지 곁으로

 

부디 안녕히 가십시오

나는 당신을 그닥 사랑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당신은 나의 한 줄기

그 가시 매운 끊어짐을 서러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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