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사랑하는 사람들

에콰도르의 혜진에게

취몽인 2010. 12. 20. 16:14

 

 

 

 

 

 

 

 

 

 

에콰도르의 혜진에게

 

 

                                                                   2010. 12. 20

 

어둑한 년말의 오후

가늠도 안되는 곳에 있는 너에게

언제 도착할 지 가늠도 안되는

책 꾸러미를 부친다

 

너는 하나님의 목소리를 들으러

그 곳으로 떠난다 했었다

제법 오래 전

우리가 함께 이야기 하던 그 목소리를

 

행복을 묻는다는 것

여기서 에콰도르를 가늠하는 것

적도의 뜨거운 하나님을 생각하는 것

모두 아득히 멀다

 

하지만 혜진아

아무리 멀지라도 제 자리에 앉아서는

도무지 그곳에 닿을 수 없음을

너는 이미 아는 듯하구나

 

너의 기도를 응원한다

하지만 목소리에 의지하지 말아라

너의 먼 걸음이, 여러 모양의 땀방울이

한 줄의 책이 기도인 것을

 

너의 사랑하는 하나님

목소리를 기대하지 말아라

옥상의 별 소나기나 먼 나라 할머니의 웃음

잦은 그리움이 하나님인 것을

 

너를 부르신 이도 하나님

네가 만나는 이도 하나님

네가 찾는 행복도 하나님

너의 기도가 바로 하나님인 것을

 

길은 너무나 여러 곳으로 펼쳐져 있지만

네가 내 딛는 발 걸음 마다

하나님의 손끝이 앞서 있음을

그가 오히려 너를 믿고 있음을 잊지 말아라

 

책은 느리게 갈 것 같구나

우리의 생각도 그렇게 느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지칠 때, 생각들이 공중으로 풀풀 날릴 때

마음을 모으는 작은 돌맹이로 쓰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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