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의 혜진에게
2010. 12. 20
어둑한 년말의 오후
가늠도 안되는 곳에 있는 너에게
언제 도착할 지 가늠도 안되는
책 꾸러미를 부친다
너는 하나님의 목소리를 들으러
그 곳으로 떠난다 했었다
제법 오래 전
우리가 함께 이야기 하던 그 목소리를
행복을 묻는다는 것
여기서 에콰도르를 가늠하는 것
적도의 뜨거운 하나님을 생각하는 것
모두 아득히 멀다
하지만 혜진아
아무리 멀지라도 제 자리에 앉아서는
도무지 그곳에 닿을 수 없음을
너는 이미 아는 듯하구나
너의 기도를 응원한다
하지만 목소리에 의지하지 말아라
너의 먼 걸음이, 여러 모양의 땀방울이
한 줄의 책이 기도인 것을
너의 사랑하는 하나님
목소리를 기대하지 말아라
옥상의 별 소나기나 먼 나라 할머니의 웃음
잦은 그리움이 하나님인 것을
너를 부르신 이도 하나님
네가 만나는 이도 하나님
네가 찾는 행복도 하나님
너의 기도가 바로 하나님인 것을
길은 너무나 여러 곳으로 펼쳐져 있지만
네가 내 딛는 발 걸음 마다
하나님의 손끝이 앞서 있음을
그가 오히려 너를 믿고 있음을 잊지 말아라
책은 느리게 갈 것 같구나
우리의 생각도 그렇게 느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지칠 때, 생각들이 공중으로 풀풀 날릴 때
마음을 모으는 작은 돌맹이로 쓰려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