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사랑하는 사람들

리영희

취몽인 2010. 12. 9. 14:11

 

 

 

 

 

 

 

 

리영희

 

 

                                     2010. 12. 9

 

변명처럼 조화를 하나 세워 두곤

결국 그들은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당신을 잊어버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잊어버려야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무리 되짚어 봐도

그들이 당신을 험담할 이유는 없습니다

 

당신은 그저 삐뚤어진 담벼락을 바로 세우자

그렇게 이야기 했을 뿐인데

 

아이가 울 땐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더 큰 소리로 울 것이 아니라  그 속내를 헤아려라

 

그렇게 이야기 했을 뿐인데

그들은 당신을 쫓아내고, 가두고, 소외시켰습니다

 

세상은 총칼을 팔아 부자가 된 사람들이

더 많은 총칼을 팔기 위해 아득바득하는 곳이라

 

너는 착하다. 상대는 악하다

그런데 너는 약하다. 상대는 아주 강하다

 

겁 주고, 부추기고, 눈 가려

사랑을 화석으로 만들려는 의도로 어긋 났음을

 

한 치 어긋남도 없는 목소리로

한결같이 또박또박 말했을 뿐인데

 

그들은 그 목소리 앞에 바로 서기를 무서워 햇습니다

그들의 일그러짐을 스스로 볼 수 없어서이겠지요

 

뒤집어 씌어진 우상의 비닐봉지를

당신은 얼마나 많이, 오랫 동안 벗겨 왔는지요

 

당신의 각진 얼굴, 모진 광대, 흰 머리

앙 다문 입술 속의 웅변이 그예 그쳤습니다

 

- 맥주 반잔만 마시고 싶다. 엄지와 검지로 비워 둔 빈 잔이,

그 소박한 바램이 이제 우리에게 커다란 빚이 되어 넘칩니다

 

마치 당신을 잘 아는 양, 진보의 촛불인 양 껍쩍대는 나는

마지막까지  당신을 한 번도 제대로 보지 못했음을 부끄러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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