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 모스크바
2010. 7. 15
빈 담배갑을 버리다
구겨진 은박지에서
그날 밤 모스크바를 떠올리는 건
도대체 무슨 일인가
국경도 열리지 않았던
두려움의 도시 모스크바
도무지 어두워지지 않던
백야의 아르바트 거리
노린내 짙은 슬라브 여인과
싸구려 꼬냑을
사이드 미러 부러진 택시에 싣고
백불짜리 밤을 보냈던 그날
어두워지지 않는 밤은
사람이건 정신이건 하얗게
태워버릴 수 있겠다 싶은 생각으로
반짝반짝 구겨졌던 그날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