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 나무
2010. 8. 24
해남 울둘목
땅끝이 물살에 쓸려 나가는
언덕 위에서
나무 한 그루를 만난다
밤새 으르렁대다
푸르게 손 씻고 떠난 태풍
가지마다
사래 치는 그림자로 남았다
옆에 선 멀쑥한
녀석은 분명 해송인데
광목댕기 꽃 치레
키큰 나무는 이름이 없다
호령과 비명을 걸고
철커덕 물을 당기던 쇠사슬의 바다
폭풍 같은 강강술레가
소용돌이 치며 떠돌던 언덕
적의는 이미 아득하건만
호객의 역사만이
묘비명처럼 만장처럼 퍼덕여
땅끝 발끝이 분주한데
오랜 바람 맞는
이름 모를 나무 성긴 그림자 아래로
흰 옷입은 노인들이
흔들흔들 내려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