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걷게 하소서
2010. 11. 4
주여
나의 하늘이
이렇듯 서서히 어두워져 왔음을
이제서야 아프게 느낍니다
나란히 서서 반짝이다
멀찍이 앞서 가 빛나는 별들을 보며
초라한 발목을 쓰다듬습니다
다시 달려가
어깨를 나란히 할 시간은 제게 없습니다
무엇보다 나의 초라함은 이미 습관이 되었고
쓰러져 누운 어둠 속에서
그저 안간 힘으로 눈을 부릅 뜰 뿐입니다
상처 입은 동물들처럼
가까운 영혼들의 증오는 깊어 가고
그 증오에 저항하는 변변찮은 자존심
가슴을 깊이 찌르고 있습니다
사랑을, 평화를, 겸손을 읖조리는 입술은
밤 바다를 덮는 패배의 어둠일 뿐입니다
용기를 거둬 먼 바다로 돌아가는 가는 빛을
가슴 답답하게 바라보는 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막막함을 호소하는 것뿐
당신에게 무엇을 달라 할 염치는 없습니다
다만 나로 하여금
저 먼 바다 깊은 강제의 자유로 떠나는 것만은
고개 저어 거부할 수 있는 마지막 용기를 주소서
그러면 어찌어찌 아침은 올 것이고
당신의 나는 눈물을 훔치고 저는 다리로 다시 걸을 것입니다
걷다가 걷다가 그예 끝에 다다를 것입니다
그때 수고했다 불쌍한 나의 영혼아 위로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