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시편

그래도 걷게 하소서

취몽인 2010. 11. 4. 10:06

 

 

 

 

 

 

 

그래도 걷게 하소서

 

                                                        2010. 11. 4

 

 

주여

 

나의 하늘이

이렇듯 서서히 어두워져 왔음을

이제서야 아프게 느낍니다

나란히 서서 반짝이다

멀찍이 앞서 가 빛나는 별들을 보며

초라한 발목을 쓰다듬습니다

다시 달려가

어깨를 나란히 할 시간은 제게 없습니다

무엇보다 나의 초라함은 이미 습관이 되었고

쓰러져 누운 어둠 속에서

그저 안간 힘으로 눈을 부릅 뜰 뿐입니다

상처 입은 동물들처럼

가까운 영혼들의 증오는 깊어 가고

그 증오에 저항하는 변변찮은 자존심

가슴을 깊이 찌르고 있습니다

사랑을, 평화를, 겸손을 읖조리는 입술은

밤 바다를 덮는 패배의 어둠일 뿐입니다

용기를 거둬 먼 바다로 돌아가는 가는 빛을

가슴 답답하게 바라보는 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막막함을 호소하는 것뿐

당신에게 무엇을 달라 할 염치는 없습니다

다만 나로 하여금

저 먼 바다 깊은 강제의 자유로 떠나는 것만은

고개 저어 거부할 수 있는 마지막 용기를 주소서

그러면 어찌어찌 아침은 올 것이고

당신의 나는 눈물을 훔치고 저는 다리로 다시 걸을 것입니다

걷다가 걷다가 그예 끝에 다다를 것입니다

그때 수고했다 불쌍한 나의 영혼아 위로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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