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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월 밤바다

취몽인 2013. 12. 20. 15:02

 

 

 

애월 밤 바다

 

 

 

 

바람은 늘 사납다고 했다

 

대각선으로 가라 앉는 창가에서

검어지는 바다를 시리게 바라보는 일은

등 뒤로 절벽을 쌓는 함몰이다

그림자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을 때

젖은 몸을 할 수 없이 돌린다

 

바다가 차례로 부딪혀 세로로 흐르는 창 밖

달 없는 하늘은 통째로 검게 끓는다

보이지 않는 항구의 찢어진 무적 소리 

꼿꼿한 가로등 하나

깨진 빛들이 눈을 찌르며 바람에 날린다

 

갈아 엎은 하늘과 땅과 바다

직선들은 잎 뒤에 숨은 벌레를 털어내고

일그러진 원, 모로 버티던 면(面)도 피를 토한다

문틈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의 함성

빈 항구의 무적은 집요하게 안을 노린다

 

젖은 어둠들이 모두 일어서 달려드는 속

가두어진 것들은 돌아보지 않는다

손바닥만한 불을 켜고 한 데 모여 술을 마실 때

다시 터지는 무적 소리 무적 소리 

터질 듯한 문과 문틈의 버티는 소리 

 

돌아 온 술 한 병이 어둠을 털 때

웅크렸던 것들은 모두 컴컴하게 쏟아진다

무적 끝에 걸린 바다 한 조각

지친 비가 억지로 내리는 틈으로

뻥 뚫린 하늘 속 달 한 덩이 깊게 빛난다

 

저 구멍, 위로 솟은 구멍으로 떠난 애월

침묵이 듣는 어둠 속에 꼬리 한 줄기 길다

 

 

2013.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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