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詩 읽기

<새를 보면서> 신달자

취몽인 2010. 11. 30. 17:44

 

 

 

 

 

 

1988년 큰 딸 하늬가 태어나던 해에 나온 신달자시인의 시집.

 

스스로를 자책하며 쏟아 놓은 詩들. 모든 詩의 출발은 그 곳인 것 같다.

하지만 그 곳을 넘어서서 보편의 감동으로 승화될 때 습작을 넘어 詩가 된다.

 

나는 아직 그 곳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발자국

 

 

낙엽 져 있었다

어디를 가다가 흘린 살점인가

주워 올려도 주워 담아도

그대로

땅 위에 새겨져 숨쉬고 있는

나의 부끄러움

 

눈이 덮이고 있었다

얼마나 잘된 일인가

덮어도 덮어도

얼비치는 알몸의 치부를

하얀 순결의 이부자리로 덮어 주는

 

그러나 맨살로 닿아오는 하늘의 소리

겨울 햇살에 녹아 흘렀다

언제나 하늘과 마주보며

피할 수 없었던

나의 부끄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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