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詩 읽기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 파블로 네루다

취몽인 2010. 12. 11. 15:55

 

 

 

 

 

 

안면도 팬션, 주인집 서가에 꽂힌 책들 중에서 발견한 파블로네루다의 시집.

정현종시인이 번역한 것으로 네루다 초기 시와 후기 시를 고루 골라 실었다.

 

칠레 출신으로 남미 문학을 대표하는, 이 시대 최고의 시인이라 불리는.. 네루다.

나는 이유없는 편견으로(아마도 소문으로 들은 여성 편력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의 시를 거의 읽지 않았다. 건방지게..

 

그의 초현실주의 시편들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반면 짧은 행으로 이루어진 후기 사물들에 대한 재해석의 시들은 감동이었다.

세상을, 그 속에 들어가 완벽히 소통하며 재창조한다는 역자 정현종시인의 말처럼 그는 사물들과  너무나 자유롭게 소통하고 있었다.

참 시인이란 이런 보습이리라 생각할 수 있었다.

초현실주의에 대한 그의 변명(?). 남미는 기존 서구에서 보지 못한 수 많은 가치들이 있다. 그 가치들을 남미의 방식으로 표현하다보니

낯선 초현실주의가 되었을 뿐, 이라는 시인의 무덤덤한 대꾸.. 그건 차원에서 다시 한 번 그의 시를 음미할 기회를 갖고 싶다.

 

 

시인 / 파블로 네루다

 

 

옛날에 나는 비극적인 사랑에 붙잡혀

인생을 살았고, 어린 잎 모양의 석영 조각을

소중히 보살폈으며

눈으로 삶을 고정시켰다.

너그러움을 사러 나갔고, 탐욕의 시장을

걸어다녔다, 아주 은밀한 시샘의 냄새를

맡으며, 가면들과 사람들의

비인간적인 적대감을 들이마시며,

나는 저습지들의 세계를 살았다.

그 돌연한 꽃, 흰나라가

그 떨리는 거품 속에 나를 삼키고

발을 옮길 때마다 내 영혼이

죽음의 아가리 속으로 빠져드는 곳,

내 시는 이렇게 태어났다 - 어려움에서

빠져나오자마자, 형벌처럼

고독에서 벗어나면서,

또는 놋쇠빛 정원에서 그건 어떻게

그 참으로 신비한 꽃을 흩었던가, 마치 그걸 묻듯이,

이렇게 깊은 수로에 사는

검은 물처럼 갇혀서

나는 뛰었다, 모든 존재의 고독을,

나날의 증오를 탐색하며,

나는 그들이 반(半)인간의 삶을 물고기처럼

아주 낯선 바다에 잠금으로써

번성했음을 안다, 그리고 광대한 바다의

거대한 속에서 나는 죽음을 만났다.

문들과 길들을 여는 죽음.

벽 위로 미끄러지는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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