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詩 읽기

<충만한 힘> 파블로 네루다

취몽인 2010. 12. 30. 11:42

 

 

 

 

 

 

 

라디오에서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운영하는 고도원씨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가장 소중한 것은 밑줄치고 책 읽기이다. 맞아가며 읽고 밑줄 그었다.'

'책을 읽고 밑줄 그은 것을 글로 남겨둔 것, 그것이 나의 독서 노트이고, 나의 가장 큰 자산이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런 글도 사실은 일종의 '독서 카드'인 셈이다.

한 때는 무슨 서평이나 독후감을 쓰리라 생각했는데 게으름과 글발 부족으로 그렇게 하지는 못하고..

책을 읽은 느낌, 책에 대한 나의 생각, 그리고 내게 의미 있게 다가왔던 구절들을 옮겨 놓는 것. 그게 독서 카드인 셈이다.

 

얼마 전 교회 청년들과 함께 떠났던 안면도 여행지 팬션 주인장 작은 책장에서 빌려 읽었던 파블로 네루다.

이 대가의 인생 후반부 자연을 새롭게 받아들이고 언어로 재창조한 시편들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주문한 책 '충만한 힘'이 왔다.

 

책은 얇다. 하지만 술술 읽을 수는 없다.

사물과 풍경들이 네루다에게 들어가서 새롭게 태어나는 언어들을 금방 받아 들이기는 힘들다.

맑은 마음이 될 때 차분히 동화되며 읽어야 제대로 읽을 수 있을 듯하다. 고수의 세계는 이렇듯 깊다.

 

 

   죽은 가난한 사람에게

 

 

   .........생략..................

 

   이제 우리는 안다 우리가 그에게 주지 않은 모든 걸

   우리가 짊어지고 있음을, 그리고 때가 늦었음을 ;

   그는 우리에게 무게를 달고, 우리는 그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다.

 

   우리의 죽은 사람은 얼마나 많은 사람의 무게를 달까?

 

   그는 이 세상이 하는 만큼 무게를 단다, 그리고 우리는

   계속 이 죽은 사람을 어깨에 메고 간다. 분명히

   하늘은 빵을 풍부하게 구우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