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詩 읽기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 이대흠

취몽인 2011. 1. 24. 15:18

 

 

 

 

 

 

 

 

작년 후배 사무실 책상에 아무렇게나 놓인 것을 집어 읽으며 처음 만나 이대흠이란 시인.

 

특별한 시가 기억에 남아 있진 않지만, 그의 시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단지 내 기억력이 문제일 뿐, 깊은 인상을 받았었다. 

그래서 그의 시집을 한 권 사야겠다 맘 먹고 산 것이 이 시집이다.

 

차에 두고 읽다보니 제법 오래 만지작거렸다.

 

첫 만남에서 보지 못했던 치열했던 사람의 모습이 많이 담겨 있다.

건설현장 노가다의 삶, 광주항쟁 언저리에 머물렀던 지역민으로서의 아픔..

그런 고단하고 괴로웠던 순간들이 그를 시인으로 만들었을까? 그가 시인이어서 그런 아픔을 안게된 것일까?

 

그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고단함에서는 놓여났을까?

 

최근의 시집을 다시 한 권 사야 할 이유가 생겼다.

 

 

 

사람의 체온 / 이대흠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몇 달을 지내다보면

내 조그만 월세방에서 밥 먹고

잠잘 수 있다는 것이

고맙게 여겨집니다

전철 공사장에서 또 몇 달 보내고 나면

전철 타는 게

예사롭게 생각되지 않습니다

야근과 특근, 때론 밤샘으로

위태롭게 쏟아부운 피곤의무게가

그토록 부드러운 바퀴로

굴러가는 것을 보면

허무라든가 절망이라는 말들이

쥐새끼처럼 달아납니다

현장에서 몇 년을 비비다보니

어디서건 노동은 따스함으로 다가섭니다

집들이에 가거나 개업식에 가서

수도꼭지를 틀어보기라도 하면

나와 같은 노동자들의 땀방울이

콸콸 흘러나와

때묻은 내 손을 닦아줍니다

밤늦어 귀가하여 전등을 켜면

딱딱한 스위치에서

전기 통하듯 찌릿찌릿 느껴지는

그 무엇이 있습니다

 

 

 

 

 

 

 

'이야기舍廊 > 詩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적막> 박남준  (0) 2011.01.28
<월간 모던포엠 2011년 2월호>  (0) 2011.01.27
<예언자> 칼릴지브란  (0) 2011.01.20
<한올문학 11년 1월호>  (0) 2011.01.18
<영혼을 밝혀 주는 109편의 시> 이동민 엮음  (0) 2011.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