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詩 두편이 실렸다.
활자화 된 詩를 보니 또 부끄럽다.
잡지에 실린 한효순시인의 작품들이 참 깊다.
연륜과 오랜 다듬이 느껴지는 시들... 한 편 옮겨 놓는다.
먹구름의 속내 / 한효순
하늘이 꼭 손바닥만 했어
내가 두른 치마폭에 검게 물든 모습 그대로 휘젓고 다니다
소용돌이치며 방황하는 바람을 만나
한 주먹에 햇살 꽁꽁 묶어 놓고
산으로 바다로, 들판으로
맘껏 휩쓸고 다녔지
길이 끊기고,
산이 무너지더니 세상이 온통 물에 잠기더군
이쯤 하면 되겠지?
사람의 탈을 쓰고
짐승보다 못한 삶 이어가던 숱한 세상의 무리
지금쯤
파란 하늘이 그립고
눈 부신 태양 보고파
꾸역꾸역 내뱉는 흙탕물 속에 욕심 띄어 보내고
질투는 체에 받쳐 출발선에 내려놓으며
덧난 상처,
얼룩진 기억
시간의 굴레에서 끌어내 햇살 아래 늘어놓겠지?
돌아가는 세상사 지켜보다
허공에서 호령하는 바람 귓바퀴에 입김 불어넣어
우린 힘을 모아
뒤집어 제낀 거야
혼났을거야
흙탕물 흐르다 어디쯤에선가 맑은 물이 되겠지
아마 세상이 조금 밝아질지도 몰라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나들이 떠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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