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세 그루
세계는 둥근 존재 주위에서는 둥근 것이다 - G. 바슐라르
줄기와 잎이 나무를 키우는 것일까
땅을 소진하는 뿌리
하늘을 응축하는 가지와 잎
나무와 땅이 닿는 지평, 경계는 모호하게
그어져 연속되는 숨소리
땅 속에서 우주를 찾을 수 있다면
하늘 속에서 흙 냄새를 맡을 수 있다면
삶과 꿈의 윤곽이 지워지는 곳
나무는 경계에서 살찌고
세상은 교차하며 익어 간다
바다가 들면 강물을 쓰다듬고
강물이 들면 바다를 쓰다듬는
마디 굵은 기억들, 오래된 상처들, 몇몇 고집들
어느 숲에선가
쉼 없이 수근대는 원형의 이야기
가지는 줄기를 내리고 줄기는 땅에 닿아 뿌리가 되고 뿌리는
다시 줄기를 올리고 줄기는 가지를 뻗고 가지는 줄기를 올리고
하늘이 땅이다
2013. 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