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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세 그루

취몽인 2013. 1. 4. 14:13

 

 

 

 

 

 

나무 세 그루

 

 

 

                         세계는 둥근 존재 주위에서는

                         둥근 것이다 - G. 바슐라르

 

뿌리가 나무를 키우는 것일까

줄기와 잎이 나무를 키우는 것일까

 

땅을 소진하는 뿌리

하늘을 응축하는 가지와 잎

나무와 땅이 닿는 지평, 경계는 모호하게

그어져 연속되는 숨소리

 

땅 속에서 우주를 찾을 수 있다면

하늘 속에서 흙 냄새를 맡을 수 있다면

 

삶과 꿈의 윤곽이 지워지는 곳

나무는 경계에서 살찌고

세상은 교차하며 익어 간다

 

바다가 들면 강물을 쓰다듬고

강물이 들면 바다를 쓰다듬는

마디 굵은 기억들, 오래된 상처들, 몇몇 고집들

 

어느 숲에선가

쉼 없이 수근대는 원형의 이야기

 

가지는 줄기를 내리고 줄기는 땅에 닿아 뿌리가 되고 뿌리는

다시 줄기를 올리고 줄기는 가지를 뻗고 가지는 줄기를 올리고

 

하늘이 땅이다

 

 

 

2013.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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