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바심
20110831
오늘은 31일, 팔월의 마지막 날이다.
몇 군데 수금할 곳들은 제각기 핑계를 대며 며칠씩 미룬다. 따라서 나도 며칠 밀릴 수 밖에 없다. 여유는 없지만.
급한 대로 내일 결제해야 할 것들을 이체 처리하고 한 열흘 어떻게 버텨야 하나 궁리를 해본다. 집도 사무실도
형편은 마찬가지다. 아무리 여유를 가지려고 해도 쉽지 않다. 태평히 자리에 앉아 있는 동료들이 부럽다.
오늘 저녁부터 전문 강좌를 하나 듣기 시작한다. 경제적 여유는 없지만 시간적 여유는 다소 있으니 시간이라도 투자한다.
주차비와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버스를 이용할 생각이다. 대충 살펴보니 거의 가는 데만 두 시간이 걸린다.
가방속을 뒤져 버스에서 읽을 책을 살펴보니 한 이십페이지 정도 읽지 않은 시집이다. 김명인 시인의 처녀 시집<동두천>.
이 정도면 가는 도중에 아니 출발하고 곧 다 읽어버릴 분량이다. 다른 책을 한 권 더 넣어갈까 하다가 그만두기로 한다.
다 읽으면 처음부터 다시 읽으면 된다. 한 번 읽고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 게다가 나는 이 시집의 시들이 참 좋으니..
다시 읽어도 전혀 지겹지 않을 것이다.
이것도 조바심인 것이다. 가다가 읽을 거리가 떨어지면 어쩌지? 하는 조바심. 쓸데 없는 걱정.
되돌아 생각하면 아무 문제도 되지 않을 것들을 붙들고 고민을 한다. 마음을 태운다.
좀 더 단순히. 좀 더 느긋하게. 좀 더 길게 보고 사는 연습을 해야 한다.
발앞이 절벽이어도 내려갈 방법이 분명 나타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