轉進
2011. 9. 14
열심히 공부하면 배우는게 있다더니 한 이년 詩 공부랍시고 책 몇 권 읽다보니 어슴프레 눈에 들어오는 게 있다.
사물 또는 심상을 보고 느끼는 것을 시적 비유에 담아 내는 것이 詩라고 여겨온 시간들.
그건 그야말로 어설픈 詩작법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내 詩들이 뭔가 투덜대고만 있다고 느껴왔던 이유가 그곳에 있었다.
익숙한 심상의 거울에 비춰 써낸 감상들은 예술적 詩로서 가치를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이마쥬, 독특하고도 가슴을 찌르는 상징들은 익숙함과는 가까워질 수 없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사물 읽기는 독백이나
감상적 도취에 그치기 쉽다. 가사가 없는 음악이 느낌을 전하듯, 쉽지 않은 이마쥬가 충격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런 이마쥬를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꼭 해체라든가 난해로만 가야할 이유는 없다. 쉽더라도 긴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가까운 비유를 떠나 연결이 되지 않는 비유를 엮고 그 공간에 깊은 의미를 심는 것. 내 심정의 혀를 숨기고
느낌만 전달하도록 만드는 것. 그런 詩를 써야 적어도 현대의 詩 예술에 가까워질 것 같다.
이런 기준으로 몇몇 시인들의 詩를 읽어보니 이해가 깊어지는 부분들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그들은 그렇게 쓰고 있었던 것이다.
아주 오랜 만에 詩의 길로 한 걸음 내딛은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