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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사원

취몽인 2012. 1. 18. 17:28

 

 

 

 

 

영업 사원

 

 

 

대목을 앞두고

나를 팔러 다닌다

 

정수리 위로 게으른 세월이 쌓여

수직의 관절들이 모조리 삐걱대는 낡은 입상

신화는 알뜰히 지워졌다

아침마다 주문을 외우고 바라보지만

새로 뜨는 태양은 대놓고 외면하고

저 혼자 저 멀리 흘러갈 뿐

또 한 겹 껍질을 벗기고 길을 나서자

등 뒤에서 솟는 슬픈 박수 소리

 

대문 앞엔 아무 것도 없다

벌거 벗은 숨김을 마주하고 마시는 한 잔

겨울 나무 두 그루의 마주 선 침묵

응달에 거뭇한 녹다 만 눈이 목구멍에 얼어 붙는다

자동문이 열리면 일어서야 할 때

벗겨 둔 부끄러움을 차곡차곡 꾸리고

꼬리 길게 늘어진 바람을 되말아 내려오는 길

검은 바늘들 아프게 꽂힌 겨울 등성이 위로

얼른 고개 돌리는 하루의 뒷모습 

 

일일분의 유효기간을 지우고

오늘도 팔지 못한 나를 주머니에 넣는다

 

 

 

 

2012.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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