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사원
대목을 앞두고
나를 팔러 다닌다
정수리 위로 게으른 세월이 쌓여
수직의 관절들이 모조리 삐걱대는 낡은 입상
신화는 알뜰히 지워졌다
아침마다 주문을 외우고 바라보지만
새로 뜨는 태양은 대놓고 외면하고
저 혼자 저 멀리 흘러갈 뿐
또 한 겹 껍질을 벗기고 길을 나서자
등 뒤에서 솟는 슬픈 박수 소리
대문 앞엔 아무 것도 없다
벌거 벗은 숨김을 마주하고 마시는 한 잔
겨울 나무 두 그루의 마주 선 침묵
응달에 거뭇한 녹다 만 눈이 목구멍에 얼어 붙는다
자동문이 열리면 일어서야 할 때
벗겨 둔 부끄러움을 차곡차곡 꾸리고
꼬리 길게 늘어진 바람을 되말아 내려오는 길
검은 바늘들 아프게 꽂힌 겨울 등성이 위로
얼른 고개 돌리는 하루의 뒷모습
일일분의 유효기간을 지우고
오늘도 팔지 못한 나를 주머니에 넣는다
2012. 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