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가을
모든 것을 가리고 흐르는
안개의 아침이어서
좋았다
깨어나지 않는 많은 것들을 묻고
낮게 기는 얼굴들
속에서 희미하게 웃는 너의 모습
가늘게 젖는 눈가가
좋았다
안개 낀 날은 맑다 했지
바람에 실린 서늘한 햇살의 무게로
노랗게 저무는 어린 나무들
그 화사한 몰락이
좋았다
아주 단 커피 한 잔
이해할 수 없이 기쁜 모짜르트 한 줄기
바람에 감기는 시간
분주한 사람들의 걸음이
좋았다
커피 한 잔을 다 마시고
어지러운 거리로 굳은 발목 내딛을 때
그때까지는
2012.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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