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시간
사정없이 잎을 베는
가을비
서슬이 무서워
콘크리트 속에 똬리 튼 종일
해 지고 몰래 기어나와
지워지는 시월
뒤를 밟는다
참수된 플라타너스 수급을 밟으며
검게 넘는 남태령엔
언제나 먼저 지나간 녀석의 흔적
계절에 관계없이
늘 북으로 기어오르는 습관
도착할 사당엔
수 년과 수십 년이 섞여 왁자하리라
낮에 젖은 가을의 주정도
검은 눈물로 흘러 휘청이리라
놓은 목 주섬 담아
묵은 이들과 작별을 할 때쯤
시월은 남아 있을런지
아님 그새 울며 떠났을런지
2014. 1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