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에게
가을도 끝나가고 2014년도 끝나가는구나.
유난히 치열한 2014년 가을인 것 같다. 너희들에게도, 엄마 아빠에게도.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애쓰고 있는 너희들을 바라보는 일이 참 편하지 못한 요즘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도와주고 싶은데 당장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어 그저 맘만 졸이고 있다.
엄마도 마찬가지, 아니 더한 마음일거야. 아빠가 지금보다 좀 더 능력이 있다면 너희들이나 엄마 모두
조금 더 느긋하게 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텐데 하는 자괴감도 많이 드는구나.
하지만 오래 전부터 너희들에게 해오던 말을 다시 해주고 싶다.
너희들 인생은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 살아나갈 시간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오래 동안 준비해온 코트라 도전이 좌절되었지만 기회가 사라진 것은 아니고, 세 번째 최종 관문을
두드리느라 지치고 예민하지만 점점 더 성공의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자.
지금의 좌절이나 쓰라림도 결국은 너희들 인생 전체로 볼 땐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으리라 아빠는 믿는다.
조금 돌아갈 수도 있고 조금 늦게 갈 수도 있다. 그래도 갈 수 있는 희망이 있음을 감사하자.
아빠도 새로운 직장 문제가 빨리 결론이 나지 않아 상당히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엄마는 너희들도 알다시피 너무 힘든 일을 하느라 심신이 모두 지친데다 아빠 일, 너희 둘 미래 등
불확실한 현재 때문에 극도로 예민한 것 같다. 또 그걸 어떡하던 감추고 살려니 더 힘들어 보이는구나.
사실 지금 우리 모두는 다른 가족들로부터 무한한 위로를 필요로 하고 있는 상황인 것 같구나.
실제 서로를 끊임 없이 격려하고 위로하는 모습들을 아빠는 많이 보고 있고 늘 고마운 마음이다.
하지만 사람이다 보니 스스로를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기도 한 것 같다.
그 한계가 각자 예민한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로 가끔 나타나 서로를 슬프게 하기도 하는 것 같아.
그 중에 아빠의 자제력 잃은 생활 태도도 큰 문제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 또한 많이 미안하구나.
이 시기를 잘 보내자. 결론이 어떻게 나던 서로에게 힘을 주는 말과 행동을 하도록 하자.
아빠도 더 노력하마. 차선책도 마련하고 엄마에게도 좀 더 친절하도록 노력할게.
그리고 잊지 말자. 우리 가족 모두가 서로에게 설령 섭섭한 태도를 보인다고 해도 그것이 진심이 아니란 사실을.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아, 나보다 더 힘든가 보다 하고 이해해줄 수 있는 가족이 되었음 좋겠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니까.
오랜 만에 편지를 써보는데 표현이 잘 안 되는구나. 그만큼 아빠 가슴도 여유가 없는 탓이지 싶다.
사랑하는 하늬 무늬, 힘내고 이 험난한 산을 넘어서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하자.
그 날이 그리 멀지 않았으리라 아빠는 확신한다.^^
2014. 11. 13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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