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에 공항에 데려다 줬으니 이제 나흘째구나.
세상이 좋아서 하루에 한 번쯤은 사진을 보내주니 잘지내는가보다 안심하게 된다.
감기는 좀 어떤지 그게 걱정이구나.
블로그를 정리하면서 나중에 아빠가 다른 세상으로 떠났을 때 우리 딸들이 아빠의
흔적을 뒤적여볼 수 있는 공간으로 쓸모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자주 여기다 글을 남겨 놓자 마음 먹었는데 그게 그리 쉽진 않더구나.
늘 시를 써야한다는 강박이 있고(삼류 주제에..^^) 일도 해야 하니 블로그에
마음을 남 길 여유가 잘 없는게 사실이다.
네가 직장인이 된게 벌써 삼년이 다되어 가는구나.
사실 엄마 아빠에겐 네가 조금은 불안한 막내였었다. ^^
조금은 붕 떠 있다는 느낌, 그 이미지로 우리가 느낀 불안감 또는 아쉬움을 표현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는 건 고3을 지나고, 취업을 위한 대학 시절을 지나며 어느 정도 일았단다.
여전히 가방 안에는 온갖 잡동사니가 딩굴고 가끔은 엽기적인 유통기한 지난 우유가 나타나는 등
허당의 모습이 남아 있었지만 네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가끔은 그 모습을 보는 것이 엄마 아빠를 몹시 힘들게 할 때도 있었다.
사회인이 되고, 엄청난 성실성(?)을 보이는 무늬매니저에겐 엄청나게 많이 놀라는 편이다.
힘든 직장 생활 속에서 자주 흔들이는 엄마 아빠, 그리고 언니까지 조심스레 케어 하느라 애쓰는 걸 잘 안다.
그 때문에 또다른 스트레스가 내게 더 얹혀졌으리라 생각하니 아빠가 많이 미안하다.
무늬의 보이지 않는 마음씀과 각자의 노력이 더해 비교적 평온한 나날을 보내는 요즘이다 싶다.
물론 좀 더 먼 시간을 본다던지 하면 불안의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때는 또 그때의 길이 있으리라 믿는다. ㅎㅎ
일 년 중 이 여름에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너의 루틴은 참 보기가 좋다.
무리하지말고 많은 것을 보고 잘 쉬고 와라. 그리고 여유를 내 오년 뒤, 십년 뒤의 삶에 대해 생각해봤음 좋겠다.
아빠가 살아보니 시간은 삶속에 얽힌채 제멋대로 흘러가 버리고, 어느 지점에 다다랐을 때 아쉬움을 남기게 되더라.
그 간격을 줄이는 방법이 오 년 뒤, 십 년 뒤의 나를 그려보는 것이라 생각하곤한다.
뭐가 되겠다가 아닌 어떤 삶을 살겠다는 바램 같은 걸 잊지말았음 좋겠다.
산토리니의 하얀 집들 뒤에도 쓰레기는 있고 파란 지중해에도 생계를 위해 찌든 삶이 있는 법이다.
어디에 있던 내 인생의 행복을 지키는 것은 나의 생각이라는 것을 잊지 말았음 좋겠다.
아, 아테네에 가거든 신을 한 번 생각해보렴.
인간과 소통하며 서로를 만들어온 그리이스의 신들을 보고 인류에게 신이란 무슨 의미인가를 함 생각해는 것도
의미있는 일 아니겠니.
우리는 다 잘 있다. 콘이도 잘 있다. 남은 여행 행복하게 보내고 주말에 반갑게 만나자.
2017, 08, 22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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