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휴관

취몽인 2014. 12. 1. 15:45

 

 

 

휴관

 

 

 

문 닫은 도서관 주차장에서

베토벤의 소나타를 들으며

문 닫은 도서관 찾는 이들의

헛걸음만 거듭 바라본다

 

십이월 첫 날

먼지처럼 첫 눈은 오락가락

둥그스럼한 석수 산자락 앞은

껑충하게 헐벗은 나무 몇 그루

마른 잎 대신 눈을 흘린다

시퍼런 하늘엔 허술한 구름 몇 점

비스듬히 해는 저물고

또 눈 몇 점

 

가쁜 숨 몰아 쉬며 덜컹이는 자동차

어디든 가자 꿀럭이는데

커피를 마시며 백석을 마저 읽을까

때 떠다니는 온탕에 들어가 때를 불릴까

집에 들어가 된장찌개를 끓일까

왔다 갔다 한 시간

그새 눈은 그치고

 

추운 아이들 몇 오돌돌

계단을 오르다 닫힌 문에 튕겨져 나오고

아직은 얼지 못해 떠는 새벽 눈

녹은 물 구덩이

밤 지나면 꽝꽝 얼어

완고해지리

 

막 달 첫 날

해야할 일은 지천인데

어찌 해야 할지 모르는 시간만 남아

오도가도 못하는 비루

다시 가는 눈 가로로 날리고

교복 입은 아이 셋 거절의 계단을 오르는

문 닫은 의지

초라한 오후

 

 

2014.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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