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141113
아홉시에 일어나
인스턴트
우동을 맵게 먹고
집을 나선다
넥타이 대신
면바지와 스웨터에 코트를 걸치고
바람 차니 코트 깃을 세우고
낡은 차 대신 버스를 탄다
마을 버스 내려 갈아탄
사당행 버스 남태령을 넘으며
깊어가는 절개 벼랑
붉은 얼굴을 오래 바라본다
이수에서 다시 환승
그 사이에 로또를 사고
숙대에 내려 충무로로 다시 갈아탄다
무수한 목소리들 환승입니다
한 시 넘어
점심 대신 뜨거운 아메리카노
강신주의 철학과 시는
얼마 남지 않았다
보일러에 관한 패러다임 시프트
제안서를 쓸까 했다
지금은 시나 한 편 쓸까
딸들에게 편지나 쓸까
두 통의 전화를 기다리고
세 통의 스팸을 받고
자동차보험 계약 하나 넣고
창밖은 시퍼렇게 흐른다
생각해보면 오래 전 꿈이었다
초겨울 코트 깃을 세우고
바람 부는 거리를 걷다
한가히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는 남자
낙엽 날리는 충무로에서
꿈은 이루어졌는데
행복하지 않다
기다림이 많아서 두려움이 많아서
시 쓰고 살기 위해 보험을 팝니다
명함 앞 면 문구를 수정한다
딸들에게 편지를 쓰기로 한다
프리랜서의 가을 이름으로
2014. 1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