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전
너를 향하는 나의 세계는 31%에서 시작해 30%를 지난다
어두운 걸음이 끝날 무렵이면 5% 정도 남을 것이고 그 전에
경고가 울릴 것이다 지금은 29% 하얀 길 위에 또박또박 새
겨 지는 시한부의 발자국 막 생겨나고 또한 금방 사라지는
생각 순간의 얼굴 위로 쏟지 못하면 원래 없던 것 27% 소멸
의 가속 얇은 뒷 모습 속에서 바쁘게 끄집어 내는 건 내 생각
또는 에너지의 생각 나는 너를 빌어 내 두개골 속 액정을 일
으킨다 도처에 꽂혀있는 너 머리 위에서 빛나고 구석에서 빨
갛게 노려보고 무게를 웅웅 굴리기도 한다 하지만 내 앞의
너는 조금씩 사라지는 시간 25% 어디로 가는 지는 상상할
수 없다 증발 같은 것? 그건 위로가는 것. 지워지는 것? 스스
로? 저장을 위한 소멸 외에 버티기 위한 소멸 같은 것도 있다
글씨는 이제 써지지 않는다 그저 툭툭 건드려 끄집어 낼뿐
그때마다 너도 덩달아 뽑혀나오고 그림자 한 줌 비추지도
못한채 눈 안으로 사라진다 그래 너의 소멸은 나를 향하는
구나 23% 7%가 내안으로 들어와 생각 한 편 밀어 낸다 이젠
그만 검은 얼굴에 비친 너의 소멸을 이쯤에서 멈추자 남은 건
22% 플러그를 꽂으면 네 뒤로 78%가 쌓일까 앞으로 쌓일까
앞으로 쌓이면 너는 내일도 살아있겠다 모레도 글피도 눈이
따갑다 네가 나를 찌른 탓이다 그렇게라도 너는 허연 뱃대기
위로 토해 놓은 내게 댓거리 하고 소멸하는 것이지 날카롭게
방사되며 소멸하지만 그렇다고 도무지 말할 수 없는 없음이여
20%의 실존이여 아니 19%의
2014. 12. 10